프랑스, “미국산 화상회의 솔루션, 나가!”

프랑스, “미국산 화상회의 솔루션, 나가!”
Photo by Anthony Choren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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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프랑스 정부, 자국 화상회의 솔루션을 전면 도입 예정
- 2028년부터 공공 부문에서는 프랑스 솔루션만 사용하기로
- 줌, 팀즈, 웹엑스, 미트 등 줄줄이 퇴출

프랑스가 미국 IT 기업들에 칼을 빼들었다. 표적이 된 건 줌(Zoom), 팀즈(Teams), 웹엑스(Webex), 미트(Meet)다. 미국산 화상 회의 서비스를 프랑스 공공 부문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현지 기준 월요일에 발표된 이 계획은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다루는 인프라를 프랑스의 법적 테두리 안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프랑스가 미국 제품 대신 사용하기로 한 건 비지오(Visio)라는 프랑스산 화상 회의 솔루션이다.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줌과 팀즈, 웹엑스 등을 비지오로 대체해 2028년부터는 오로지 비지오만 쓰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계획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현재 프랑스 정부가 드러낸 의도는 그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 주권 강화 계획

프랑스 정부는 이미 201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공화국법을 통과시키는 등 ‘프랑스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20년대에 들어서 사이버 보안과 클라우드 의존에 대한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이 논의는 가속되기도 했다. 마크롱 정권은 디지털 주권을 주요한 정치 의제로 삼았고, 강력히 추진하기도 했다. 프랑스 공공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 외부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정부의 의도에 큰 반대는 없었다.

디지털 주권이 프랑스 정부에 있어 중요한 건 그 무엇보다 ‘국가적 비밀 보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 통신과 민감 데이터가 외국 서버나 외국 법적 관할권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일이라고 프랑스 정부는 공공연히 지적해 왔다. 또한 줌, 팀즈, 웹엑스, 미트 등이 전부 미국산이라는 것도 문제시 됐다. 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전략적 취약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만이 아니라 EU 차원에서도 추진할 정도로 시급한 해결 과제다.

비지오라는 구체적 대체재가 개발돼 단계적 도입에 들어갔다는 건, 프랑스의 ‘디지털 주권 강화 계획’이 전략 설정과 제도적 토대 마련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걸 뜻한다. 초기의 구상과 기획을 지나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와 있으므로 앞으로 같은 맥락에서의 실질적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외산 기업들이 공공 부문에서 줄줄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지오 등 프랑스산 솔루션이 프랑스 공공 부문을 차지하면 할수록 프랑스 정부가 외국 기업에 내야 하는 라이선스 비용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비지오만 잘 정착되더라도 연간 100만 유로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손해는 미국에서 보게 돼 있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유럽연합도

프랑스가 유별나게 미국 기술을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유럽연합 전체에 형성돼 있는 분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유럽연합이 ‘미국산 기술을 유럽산 기술로 대체’하려면 유럽연합 내 회원국들 간 경쟁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랑스처럼 대체품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유럽연합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유럽연합은 프랑스처럼 미국산 기술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미국산 기술 기업들이 유럽연합이라는 시장에서 경쟁할 때 갖춰야 할 조건들을 까다롭게 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럽만의 디지털 주권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개념은 프랑스나 유럽연합이나 비슷한데,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자국 기술로 대체’, 유럽연합은 ‘경쟁 규칙을 통제.’

미국이 이를 곱게 볼 리가 없다. 미국은 어느 정권이든 이러한 유럽의 움직임을 비판해 왔다. 보안이나 국가 안보는 핑계일 뿐이고, 유럽연합 시장에서 유럽 기업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불공평한 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다. 미국 기업의 영향력을 유럽연합이 권력의 힘을 동원해 억지로 밀어내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집권당에 따라 동원하는 표현은 조금씩 다르다. 공화당의 경우 유럽연합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거나 비관세 장벽을 높인다는 식으로 비판한다. 민주당은 규제 과잉이라거나 혁신 저해, 글로벌 인터넷 분절 등의 표현을 쓴다. 하지만 어떤 단어나 문구를 대동하든, 결국 ‘유럽이 의도적으로 미국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의미다. 첨예하게 다투는 양당은, 이 문제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본다.

예상되는 미국의 움직임

이번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미국 정부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국제 무대에서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번 정권이 가만히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외교적 압박을 가하거나, 관세를 앞세운 ‘무역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과 트럼프는 그리 우호적이지도, 그리 적대적이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크롱의 경우 “유럽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는 쪽이었고, 미국의 각종 통상 조치를 비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다만 언어 수위는 알맞게 조절함으로써 트럼프 개인을 비판하는 느낌은 최소화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크롱을 조롱한 적이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마크롱이 착용한 선글라스를 비웃었다. 프랑스의 와인과 샴페인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상 회담을 통해 악수를 하고 친한 모습을 보이는 등 양국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즉 둘의 관계는 친하지도 멀지도 않고, 매우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랑스의 움직임에도 양국의 관계는 이러한 긴장감 넘치는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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